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국제항공운수권 배분 규칙’ 개정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내년이 돼서야 운수권 배분이 재개될 전망이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시정조치 운수권 배분은 별도 절차로 진행돼 이번 배분 규칙 제정 전에 배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7월 입법예고 완료 이후 현재 국무조정실의 규제심사 단계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올해 운수권 배분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제주항공 사고 이후 발표한 항공안전혁신방안에 따라 운수권 배분 규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강화 조치들이 포함되면서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항공사고 발생 시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국무조정실 규제심사위원회의 심층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6월 5일부터 7월 15일까지 진행된 입법예고는 완료됐지만, 현재 규제심사위원회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에도 법제처 심사와 공포, 시행 절차가 남아 있어 전체 개정 과정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빠르면 9월 말까지 규제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규제심사가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어렵고 9월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적합한지에 대한 심사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어 종료 시기를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설령 9월 말 규제심사가 완료되더라도 법제처 심사와 공포, 시행까지는 통상 3~4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 국토부 관계자도 “내년 정도 돼야 개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정기 운수권 배분은 내년 개정안 시행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통상 연 1회 정기 배분과 수시 배분을 해왔으나, 올해는 개정 작업으로 인해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시정조치 운수권은 올해 안에 배분될 전망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조치에 따른 것으로, 일반적인 운수권 배분 규칙과는 별개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정위와 협의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규칙 개정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정조치 운수권은 공정위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조건으로 내놓은 것으로,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배분하도록 한 조치다. 이 과정에서는 현재 개정 중인 안전 강화 규정보다는 시장 경쟁 확보가 우선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과의 협의를 통해 규제심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안전 규제 강화라는 개정안의 성격상 심사 과정에서 추가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최종 시행 시점은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